자유게시판

2014년 자선주일 담화문

보좌신부 2014.12.13 09:27 조회 : 1334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형제자매 여러분!

인간의 삶이란 끊임없이 크고 작은 기다림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참된 기다림이란 그렇게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넘어 개개인의 실존 안에 이미 현존하는 희망의 신비입니다. 우리 신앙의 빛과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벌써 오셨음’과 ‘다시 오심’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대림 시기의 제3주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대림환의 세 번째 촛불을 밝혔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대림 제3주일을 자선주일로 제정하여 모든 교우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조건 없는 사랑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구세주 예수님에 대한 참된 기다림을 준비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이 초대는 구세주 오심이 그러하듯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며, 모든 교우는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마땅히 응답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당신 생명에 참여시키시고 구원으로 이끌어 가시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금년에 발표한 ‘2013 세계 삶의 질 지수 순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86%는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이 아시아 최하위 개도국 수준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절대 빈곤층은 약 41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절대 빈곤층은 가구의 월수입이 정부가 설정한 2014년 3인 가구 기준 132만 원의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이웃들입니다. 그래서 국가는 보호가 필요한 최저생계비 이하의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보고서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지난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하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이는 탈 수급자의 증가가 기초생활수급자의 소득 증대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도입함에 따라 수급자의 소득 및 부양 의무자 관계 파악이 용이하면서 수급 탈락자 수가 증가한 것입니다. 빈곤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에서조차 밀려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난한 이웃들이 기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모든 자살은 타살이다.”라고 합니다.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국가나 정부의 몫으로만 한정지울 수는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마태 22,34-40 참조). 우리가 이웃에게 베푸는 사랑은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선하심을 증명해 주는 하느님의 행위를 본받는 것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37)에서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라고 묻는 율법교사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루카 10,36)라고 되물으십니다. 우리의 이웃은 율법교사의 답변처럼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루카 10,37). 그러므로 이웃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예수님께서는 구체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 ‘내가 가진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주셨다.’는 고백은 우리의 신앙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은 우리의 신앙 실천입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보잘것없는 나눔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거대한 빈곤 앞에 우리의 나눔 실천은 보잘것없는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그 물 한 방울이 거기에 없다면 대양은 그 물 한 방울 만큼 채워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크기나 숫자를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마더 데레사).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이웃 사랑의 실천은 결단이며 하늘에 보화를 쌓는 희생입니다. “저는 아무런 희생도 따르지 않고 아픔도 없는 자선을 신뢰하지 않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이웃 사랑의 나눔 실천은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2코린 8,9 참조) 우리 가운데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이 대림 시기를 보내는 회개와 보속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입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는 말씀을 실천하는 여러분 모두가 풍요로운 대림 시기를 만들어 가기를 기도합니다.


2014년 12월14일, 자선주일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김 운 회  주교




댓글쓰기

전체 댓글 (0)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