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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95 (9.25) - 부족함

주임신부 2016.09.23 22:00 조회 : 669

[용호성당 주임신부로서 부임 후, 마지막 주일미사 강론]

2016. 9. 25, 연중 제26주일 복음 : 루카 16,19-31   

<부족함>  

매일, 우물에서 집까지 두 개의 물동이를 양 어깨에 메고 물을 나르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한 물동이는 온전한 반면, 다른 물동이는 중간에 금이 가 있어서 물이 새어나왔습니다. 금이 간 물동이는 온전한 물동이를 부러워하며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했습니다. 자신을 탓하던 금이 간 물동이가 어느 날 농부에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저 때문에 늘 헛수고만 하시는 군요. 제가 물을 흘려버리니 말입니다.” 이에 대해 농부는 미소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물동이야, 너는 우물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한 쪽에만 피어난 꽃들을 보지 못하였니? 네가 날마다 뿌려주는 물 덕분에 이렇게 꽃들이 생겼단다. 네가 없었다면, 이 아름다운 꽃들이 어떻게 피고 또 자랄 수 있었겠니?” 이 말을 들은 금이 간 물동이는 흠이 있는 자신의 존재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고 자신의 모자란 점까지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부자와 가난한자가 대비적으로 나옵니다. 아무것도 부족한 것 없는 부자를 온전한 자, 모든 면에서 필요한 것 많은 가난한자를 부족한 자로 생각하면서, 저는 용호본당 공동체에서 드리는 마지막 주일미사 강론을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성직자, 수도자들이 온전한 자로만 머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에 대해 실망하고 지적하며 쉽게 부정적인 판단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공동체 안의 일치나 화합 등과는 동떨어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한 사람의 사제로서 저는 온전한 자가 아닌 부족한 자이며, 하느님 앞에서 이미 완성된 자가 아닌 되어가는 존재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부족하기에, 제 부족함 때문에 상처 입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용서를 청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저를 이해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른 한편 말씀드린다면, 조만간 이곳 공동체에 새롭게 오실 주임 신부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좋은 분, 착한 목자로서 여러분 곁으로 오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 역시, 여러분의 눈으로 볼 때 어느 부분에서는 부족한 자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실상, 우리 각자는 부자 즉 온전한 자가 아닌, 가난한 자 즉 부족한 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 가난한 자를 택하셨듯이, 주님께서는 부족한 우리를 택하시어 용호본당 공동체 안에 한데 모아 두셨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통하여,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를 빌린다면 금이 간 물동이를 통하여, 이 본당 공동체 안에, 이 세상 안에 아름다운 꽃들이 더욱 피어나고 자라게 하시려는 그분의 심오한 섭리를 여러분께서 반드시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용호본당 교우 여러분, 이제 저는 이곳 본당 주임신부로서 마무리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만 4년 전 이곳 본당에 부임하여 처음 맞이한 주일미사에서 행한 강론 원고의 마감 부분을 다시금 말씀드리며, 오늘의 이 강론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 < 저는 매일의 미사성제가 참으로 정성되고 깔끔하며, 은혜롭고 거룩하게 거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사를 중심으로 우리 공동체가 모이고, 미사 안에서 우리가 더 열심해 질 수 있길 기원합니다. 이제, 기도로써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 “주님, 저희를 더 열심한 신앙인으로, 저희 본당 공동체를 더 열심한 신앙 공동체로 거듭 변화시켜 주십시오. 저희를 위해 섬기러 이 땅에 오신 주님, 저희가 사랑으로 서로 섬김으로써, 저희 각자와 저희 본당 공동체가 주님을 힘차게 드러내게 해 주십시오. 아멘." >...... 

여러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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