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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대축일 밤 미사 강론 전문(全文)

주임신부 2015.12.24 14:41 조회 : 1358
 

지난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에서는 우리 본당에서 일명 부활 십자가를 선 보였고, 많은 분이 좋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 성탄, 이 밤 미사에서는 또 무엇을 신자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아무리 궁리를 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단의 대형 십자가를 천으로 가리고, 천이 열리면 아기 예수님을 크게 달아서 모실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 끝에 지금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여러분께서 보시듯, 지금 우리 눈 앞에는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두 가지 다른 모습으로 당신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하나는 우리를 위해 오늘, 우리에게 다시금 오신 아기 예수님이시고 다른 하나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에 이르신 예수님이십니다. 하나는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입니다. 너무나 극단적으로 반대의 의미를 지닌 다른 이 두 모습들이 한 번에 드러나고 있음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탄생은 살기 시작했다는 것, 살기 위해서이지만, 예수님의 탄생은 죽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십자가에서 죽기 위해서 살기 시작하심입니다. 우리는 오늘, 죽기 위해서 살기 시작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도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살기 시작함이건만 우리는 이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우리 삶도 예수님처럼 그러해야 함을 묵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좋고도 기쁘며 은혜로운 이 밤에, 우리는 예수님의 삶을 바라보며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하나는 순명이며, 다른 하나는 사랑입니다. 성경의 필리피서 2,8에는 예수님에 대하여 이렇게 말 합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명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사통상문 성찬기도 제4양식에는 이런 기도문이 나옵니다: “못내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끝내 사랑하셨으니”... 이렇게 볼 때, 오늘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오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러 오신 분이시며, 우리 인간 각자를 끝까지 사랑하러 오신 분이십니다.

 

하느님께는 순명, 인간에게는 사랑!’ - 이 가르침이 오늘 이 밤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귀한 성탄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바라보고 계신 이 자리의 교형자매 여러분, 여러분 각자에게 전해지는 귀한 성탄 선물, 하느님께는 순명, 인간에게는 사랑이 선물을 넘어서 여러분의 삶 자체가 됨으로써, 여러분께서도 또 다른 예수로서의 참 멋진 삶을 영위하시길 기원합니다.

 

기도로써 이 강론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당신 외아들을 저희를 위해 기꺼이 내어 주신 하느님 아버지, 예수님께서 탄생하셨 듯, 오늘 저희도 다시 태어나는 삶의 은혜를 허락하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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