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음악회에 가게 되었을 때의 경험이 있습니다. 앉을 자리를 찾다가 빈자리가 보여서 그 옆의 사람에게 “자리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니 “예.”라고 대답하여 내가 그 자리에 앉으려 하니, 대답을 한 그 사람이 “자리가 있으니, 즉 앉을 사람이 있으니 앉지 마라.”고 합니다. 또는 그 반대로 내 생각으로 ‘이 자리에 주인이 있구나.’ 생각하여 다른 자리를 찾으려 지나치려 하면, 대답을 한 그 사람이 “자리가 있으니, 즉 자리가 비어 있으니 앉으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리 비어 있습니까?’, 혹은 ‘빈자리 입니까?’ 라고 잘 묻지 않고 습관적으로 ‘자리 있습니까?’라고 질문합니다. 아마, 우리가 식당에 들어갈 때 ‘자리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는 그 버릇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나름대로 생각하고,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혼란이 야기됩니다.
음악회 자리뿐만 아니라, 살아가며-물론 본당 공동체 안에서도- 어느 한사람이 말하는 의도와 다른 사람 말하는 의도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율법교사와 예수님의 대화가 나옵니다. 여기서도 서로가 말하는 의도가 다름이 발견 됩니다. 율법교사는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라고 예수님께 질문하였고,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이야기를 들려주신 후, 율법교사에게 도리어 질문하심으로써 당신께서 원하시는 의도를 드러내십니다. ‘누가 그의 이웃이 되어 주었는가?’(루카 10,36)... 큰 차이점이 발견 됩니다. : ‘누가 나의 이웃인가?’, ‘누가 그의 이웃인가?’... 한편은 나 중심으로 나에게로 오게 함이며, 다른 한편은 남 중심으로 남에게로 가게 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보이듯, ‘나 중심’이 되면 이웃을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러나 ‘남 중심’이 되면 이웃에게 다가 갑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남들이 나에게 다가오기를 바랄 수 있고 또 이는 당연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남이 나에게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남에게 다가가는 것, 내가 남의 이웃이 되어주는 것’임을 오늘 복음 속의 예수님께서는 가르쳐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실상 당신의 삶과 나아가 성체성사를 통하여 당신 친히 이를 실행에 옮기십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그래서 우리 가정공동체, 우리 본당공동체도 서로에게 자비를 베푸는 이웃으로 다가가는 자들이 많아서, 참 좋은 공동체 되길 바래봅니다.
강론을 마감하며,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라는 책에 나오는 짧은 한 구절을 소개해 드립니다. :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나 자신 좋은 친구 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