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복음 묵상 11 (7.03) - 제자리

주임신부 2016.07.02 19:33 조회 : 1114
2016.7.3,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 복음 : 마태 10,17-22

 

<제자리>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순교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온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물론 거의 대부분이 순교할 자신이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현재로 봐서는 순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순교 못 한다.’라고 대답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순교할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때의 일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순교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온다면, ‘그 때 가 봐야 알 수 있다.’고 답해야 할 것입니다. 정말 그 때 가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우리 교회가 기념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도 처음부터 자신이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순교하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하셨겠습니까? 주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의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제자리에서 살아가다 보니,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때가 되자 자연스럽게 성령의 인도와 능력으로 순교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19-20)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잘 살고 싶어 합니다. ‘잘 사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현재의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 제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 아닐까요? 살면서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현재가 과거나 미래로 흩어지면 나의 삶은 결국 빈자리가 됩니다. 창 안에 앉아 있으면 나는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창 밖에 서 있으면 나는 또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하느님께서는 창 안에도 창 밖에도 다 계시지만 내가 동시에 다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내가 있는 제자리에서만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제자리 지키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자리를 잘 지킨다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그래서 그 어떤 경우가 나에게 닥치더라도 성령의 인도와 능력이 함께 할 것입니다. ‘그 때 가봐야 아는삶의 여정 안에서 제자리 지키는 삶은 바로 하느님을 드러내는 증거의 삶, 즉 오늘날의 순교의 삶이 됩니다.  

제자리 지키기에 성공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를 닮아, 한국의 성직자들이, 그리고 나아가 모든 신앙인들이 제자리 잘 지킴으로써 거룩한 사람, 성인(聖人)’되길 기원합니다. *




댓글쓰기

전체 댓글 (0)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