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주교

2023년 부산교구 사목지침

천주교 부산교구장서리 손삼석 요셉 주교

‘친교와 말씀의 해’
(부제: ‘청소년의 해’를 준비하며)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2021년 ‘신앙과 말씀의 해’, 2022년 ‘성체와 말씀의 해’를 지내면서, 말씀을 중심으로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바라보고 성체성사의 중요함을 묵상하며 신앙적 성숙과 하느님 말씀을 생활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외적인 관계와 모임이 차단되고 믿음에서 멀어지는 위기도 있었지만, 우리는 ‘신앙, 성체, 말씀’이라는 귀한 보물을 품에 안고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다행히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교구와 본당의 많은 부분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중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주시는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그리고 영적, 물적으로 교구와 본당을 도와주시는 교구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믿음은 어떤 것으로도 퇴색되어서는 안 되고 뒤로 물러나서도 안 됩니다. 믿음은 하느님을 향한 전진이며 하느님의 자녀로 당당히 살기를 촉구합니다.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그러나 뒤로 물러서는 자는 내 마음이 기꺼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히브 10,38-39)라는 말씀은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서도 우리 믿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방향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하는 우리임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지난 해들의 사목지침에서 우리들이 선물로 받은 ‘신앙, 성체, 말씀’의 은총을 바탕으로 올해 2023년에는 ‘친교와 말씀의 해’를 지내고자 합니다. ‘친교’는 하느님과의 수직적인 차원과 사람들 간의 수평적 차원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고, 동시에 지상 교회를 천상 교회와 긴밀히 연결시켜 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만남을 성사적 차원으로 올려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합니다. 친교는 단순한 인간적인 만남이 아니라 하느님과 먼저 깊은 관계를 이루는 것이고, 우리의 만남이 하느님을 알리고 주님을 드러내는 귀한 도구이며,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의 일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적 성장의 한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믿음으로 성장한 사람은 하느님, 사람, 그리고 세상을 향한 친교로 나아가며 관계 안에서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믿음은 친교로 우리를 초대하며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며 나아가게 합니다.

첫째, 하느님과 친교를 우선으로 합시다.

우리는 하느님 없이 살 수 없으며, 주님 사랑과 은총으로 살아갑니다. 이것은 하느님과 친교를 통해 더 깊이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도록 여러분을 불러 주셨습니다.”(1코린 1,9)라는 말씀처럼, 주님과의 친교는 우리가 이곳에 부르심을 받은 이유이며,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성체 앞에 앉아 주님 사랑을 묵상하고, 십자가의 삶을 계속 살아갑시다. 특히 하느님 사랑의 편지인 성경을 매일 읽으며 말씀으로 구원되고 말씀을 통해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맺도록 합시다.

둘째, 이웃과 친교를 맺읍시다.

미사와 기도, 말씀과 묵상을 통해 하느님과 맺은 친교는 이웃에게 퍼져나가 ‘이웃 사랑’의 열매를 맺도록 합니다.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느님 사랑의 증거이며 교회를 대표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아름다운 말 한마디, 모범이 되는 행동 하나하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범주를 넘어, 우리가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나누고 하느님 사랑의 증거자로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과의 친교는 삶의 모범으로 드러나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1요한 4,12ㄴ)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셋째, 세상과 친교 합시다.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셨으니 지구를 보살피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 또한 하느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이에 대하여 홍보하였고, 많은 교구민이 작은 것에서부터 동참하고 있습니다. 파괴가 아닌 보호를, 욕심이 아닌 나눔을, 나만이 아닌 우리를 지향하고, 소비지향적인 물질주의를 지양하며 세상과 친교 하는 우리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사랑과 존경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살아 있는 피조물인 우리는 모두 서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은 이 가족을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42항)라는 교황님의 권고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지구를 보살피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살리는 일임을 되새기고 생태적 삶을 작은 것에서부터 계속 실천해갑시다.

또한 올 한 해, 우리 교구는 ‘청소년의 해’를 준비합니다.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입니다. 그들에 대하여 특별히 사목자, 수도자, 부모, 조부모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합니다. 그 외 각 본당의 모든 구성원도 청소년이 하느님 안에서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친교 안에 청소년을 초대하고, ‘청소년의 해’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 준비해 보았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코로나19>의 어려움이 아직 남아 있지만, 하느님은 우리를 도우시고 회복으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산성이요 보호자이십니다. 이 믿음으로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이룬 사람은, 밭에서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기쁨이 넘칠 것이고 역경을 이겨내며 희망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주님과의 친교가 올 한해 우리 삶의 바탕이 되고, 이웃과 세상에 주님 사랑을 전합시다. 교구민 모두에게 주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고, 말씀과 친교 안에서 희망과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기를 기도합니다.

“부산교구의 수호자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 삼 석 요셉 주교

실천사항

1. 하느님과 친교 하기
  • - 매주 주보에 나오는 성구 외우고 묵상하기
  • - 성사 안에서 하느님 사랑 느끼기(미사, 고해성사 등)
  • - 창세기와 탈출기 필사하기
  • - 1주에 30분 이상 성체조배 하기
2. 이웃과 친교 하기
  • - 전 신자 먼저 인사하기
  • - 구역, 반 활성화 하기
  • - 자선(후원)을 통한 이웃 사랑 실천하기
3. 세상과 친교 하기
  • - 회칙 「찬미받으소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 - ‘지구를 위한 기도’ 바치기
  • - 재활용, 재사용 생활화하기
4. 청소년의 해를 준비하며
  • - ‘젊은이를 위한 기도’ 바치기
  • - 본당 전례에 젊은이 초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