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지침

2021년 부산교구 사목지침

천주교 부산교구장서리 손삼석 요셉 주교
‘신앙과 말씀의 해’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교구 공동체는 지난 2018년부터 3년에 걸쳐 ‘신망애를 통한 본당 공동체의 영적 쇄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믿음이 우리 삶의 바탕이며 하느님의 은총임을 확신했던 2018년 ‘믿음의 해’, 구원에 대한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을 실천했던 2019년 ‘희망의 해’, 그리고 2020년 ‘사랑의 해’에는 이러한 믿음과 희망을 토대로 우리 안에 사랑의 열매를 맺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0년에 우리는 ‘고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야만 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이 우리 삶을 고통스럽게 제한하면서,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슬픔의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경제활동과 학업활동, 사회생활과 여가활동 등에서 우리는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힘겹게 걸어왔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기도 모임과 전교활동이 중지되었고, 교리교육과 공동체 행사가 취소되었으며, 급기야 성사 거행과 미사성제까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2020년 성주간과 성삼일, 그리고 주님 부활 대축일 역시 신앙 공동체가 함께 지내지 못했습니다.

 
본당 공동체에서 기도와 성사 거행이 중단되고 성체를 모실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우리 교우들은 가정에서 성경을 읽고 기도했으며, 방송미사를 시청하고, 선행과 자선을 베풀면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신앙을 지켜왔습니다. 교우 여러분께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 속에서도 교우들을 돌보기 위해 묵묵히 애써주신 사제, 수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교구 사제단이 시작한 ‘코로나19 성금’ 모금 운동에 동참해주신 교구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 성금’은 어려움에 처한 타 교구와 이주 노동자들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이웃들, 그리고 의료기관과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등에 지원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고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오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연시한 사회활동과 여가활동, 그리고 신앙생활 등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절감하였습니다. 동시에 이 고난의 여정에서 ‘인간적 성장’과 ‘신앙적 성숙’의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일상으로의 복귀와 온전한 신앙생활의 회복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본당 공동체의 신앙활동이 위축되고 성사의 은총을 누릴 기회도 제한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개인과 가정을 중심으로 하느님의 말씀에 더욱 다가서도록 합시다. 2021년에는 다음과 같은 실천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생활화합시다.

 
첫째, 하느님의 말씀과 친밀해집시다.
언어가 ‘정신의 숨쉬기’라면 성경은 ‘영혼의 숨쉬기’와 같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살아 숨쉬도록 매일 성경을 접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좋은 책들도 많고 아름다운 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습니다. 성경만이 영원한 생명의 길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히브 4,12)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의 삶은 반드시 변해갑니다. 성경을 규칙적으로 읽는 분들은 성경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증언합니다. 신앙에 회의를 느끼며 무미건조하게 지내던 분들도 성경을 통해 은총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2티모 3,15-17)

 
둘째,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읍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신앙생활의 중심축이 본당 공동체에서 가정 공동체로 이동하였지만, 가정에서의 기도생활은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모든 신앙인의 모범인 나자렛 성가정은 한마디로 예수님을 모신 가정이었습니다. 성가정의 신비는 예수님을 모셨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자렛 성가정을 다시금 본받아 우리 가정 안에도 예수님을 모시도록 합시다. 촛불을 밝히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도록 합시다. 상상만 해도 뿌듯하고 행복하지 않습니까. 가족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가정 안에 주님을 모시는 비결이요,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는 것이 성가정을 이루는 비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귀하고 소중한 유산(遺産)입니다.

 
셋째,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합시다.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쓰는 것만으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을 실제로 행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며, 또 하느님의 자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중요한 덕행으로 제시하며 지켜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우리 주위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도와야 할 이들에게 선행을 거절하지 말아야 합니다.(잠언 3,27)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마태 6,4) 움켜쥔 손을 펼쳐 도움의 손길을 전할 때 우리는 결코 가난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의 은총과 생명으로 충만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자선은 지금 하지 않으면 미래의 어느 날에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욕심은 항상 현재의 경제적 형편을 앞서 달려가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인은 희망을 머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역경과 고통 속에서도 결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더욱 다가서는 사람들입니다. 희망이 ‘천국의 무지개’라면 절망은 ‘지옥의 안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련을 허락하시지만 동시에 시련을 이겨 낼 능력도 주십니다.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 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 10,13) 노아의 홍수 때 방주를 떠나 생기 있는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돌아온 비둘기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성령의 비둘기가 새로운 희망의 선물을 안고 우리에게 날아올 것입니다. 그날을 고대하며 아직 남은 ‘고난의 여정’을 인내로이 걸어갑시다. 올 한해 하느님의 말씀으로 갑옷을 두르고 희망의 투구를 쓰고 주님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부산교구의 수호자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 삼 석 요셉 주교


 
실천사항

 
1. 하느님 말씀 중심으로 살아가기
   - 신·구약 성경 통독하기
   - 주일의 성구 암송하고 실천하기
   - 가톨릭 영상 교리 47편 시청하기

 
2. 나자렛 성가정 본받기
   - 가정이 함께 복음서 이어 쓰기
   - 가정 기도 시간 갖기
   - 가정 성지 순례하기

 
3. 어려운 이웃 돌보기
   - 코로나19 모금에 참여하기
   - 이주민 가정 돌보기
   - 생태적 희생으로 기부하기